마블 팬들에게 있어서 신작이 개봉할 때마다 느껴지는 설렘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캐릭터와 세계관은 확장되었고 팬들은 그 거대한 우주를 함께 여행하는 동료가 되었다. 특히 이번에 개봉한 더 마블스는 기대를 넘어 오랜 팬들과 새로운 관객 모두를 겨냥한 특별한 작품이다. 이 글에서는 더 마블스의 주요 출연진, 전체적인 영화 후기 그리고 중심 빌런인 다르벤에 대해 차근차근 풀어내려고 한다.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가슴속에 퍼지는 잔잔한 여운과 함께 이 여정을 다시 떠올려보자.
출연진: 세 여성 히어로의 새로운 시대
더 마블스는 '캡틴 마블' 캐롤 댄버스(브리 라슨), '미즈 마블'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 그리고 '모니카 램보' 테요나 패리스까지 세 명의 여성 히어로가 한 팀으로 등장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조합은 단순히 여성 히어로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사실만으로 주목받는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은 세 명의 개성 강한 캐릭터가 서로 다른 배경과 세계관을 넘어 하나로 연결되는 과정을 담아냈다. 그리고 이들의 조화는 단순한 팀워크를 넘어 인간적인 이해와 성장을 담은 이야기로 승화되었다. '캡틴 마블' 캐롤 댄버스(브리 라슨)는 여전히 거대한 힘과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는 그녀가 과거에 저질렀던 결정이 가져온 무게를 감당하는 모습이 강조된다. 히어로임에도 불구하고 죄책감과 후회 그리고 외로움 같은 감정을 느끼는 장면은 캐릭터에 더욱 깊이를 부여한다. 반면 '미즈 마블'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은 신선한 에너지로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마블 세계의 광팬으로 설정된 그녀는 현실의 마블 팬들을 대변하듯 순수한 흥분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카말라가 처음으로 진짜 영웅들과 함께 싸우게 되었을 때의 두근거림은 관객들에게 웃음과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모니카 램보' 테요나 패리스는 어린 시절 캡틴 마블과의 추억을 가슴에 품은 채 성장한 과학자다. 그녀의 존재는 과학과 감성 두 영역을 연결한다. 어머니를 잃은 아픔과 캡틴 마블과의 재회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선은 테요나 패리스의 섬세한 연기로 더욱 빛난다. 특히 이 세 명이 싸울 때 능력이 상호작용하여 몸이 순간이동하는 설정은 단순한 액션이 아닌 긴밀한 팀워크를 상징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통해 관객은 '더 마블스'가 단순한 팀업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작품임을 깨닫게 된다. 이는 앞으로의 MCU가 여성 히어로를 어떻게 확장할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후기: 아쉬움 너머에 있는 새로운 즐거움
더 마블스를 본 후의 감상은 양가적이다. 분명히 영화는 기존 마블 대작들에 비해 러닝타임이 짧고 가벼운 느낌을 지닌다. 특히 빌런의 서사가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더 마블스는 긴장감 넘치는 복선이나 장대한 서사가 아닌 다소 빠른 전개와 밝은 톤이 중심을 이룬다. 이 점은 일부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바로 그 가벼움 덕분에 '더 마블스'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과거 아이언맨이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초창기 작품들이 보여준 것처럼 거창한 서사가 아닌 캐릭터의 매력과 모험 그리고 인간적인 면모 자체에 집중한 영화는 오히려 순수한 재미를 선사한다. 더 마블스는 대서사시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아쉬울 수 있지만 한 편의 신나는 모험담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된다. 감독 니아 다코스타는 독특한 색감과 재치 있는 연출로 장르적 실험도 서슴지 않았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장면에서는 마치 80년대 SF영화를 보는 듯한 고전적인 감성이 느껴졌다. 또한 한 행성에서는 주민들이 대화를 노래로만 나눈다는 설정을 통해 뮤지컬 같은 색다른 연출을 선보였다. 이런 대담한 시도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기존 마블영화가 보여주지 않았던 자유로운 상상력을 엿볼 수 있어 신선했다. 특히 영화 곳곳에 숨어 있는 이스터에그와 오마주는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쿠키 영상에서는 차세대 영웅들의 등장을 암시하는 장면도 등장해 앞으로의 MCU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더 마블스는 단순히 하나의 영화가 아니라 다음 세계를 여는 다리 역힐을 훌륭히 수행한다.
빌런: 다르-벤, 또 다른 비극의 영웅
더 마블스의 메인 빌런인 다르-벤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다. 그녀는 크리족 전사이다. 크리족이 처한 절망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행동하는 그녀는 영웅과 악당의 경계를 흐리게 만드는 존재다. 다르-벤이 펼치는 모든 행동은 자기 민족을 구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이 점에서 그녀는 단순히 악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비극적인 영웅에 가깝다. 주다 애쉬튼은 다르-벤을 연기하면서 캐릭터의 분노와 절박함 그리고 슬픔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그녀는 강인함만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묶여 결국 파멸로 치닫는 인간적인 비극을 담아냈다. 특히 캡틴 마블과 대치하는 장면에서는 단순한 물리적 충돌이 아니라 신념과 신념이 부딪히는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 관객들을 몰입시켰다. 다만 영화의 짧은 러닝타임은 다르-벤이라는 인물을 충분히 탐구하는 데 한계를 남겼다. 그녀가 쥐고 있는 쿼너-밴드의 힘과 그 근원에 대한 설명도 다소 부족해 관객들에게 궁금중만 남긴 점은 아쉬웠다. 만약 다르-벤의 서사를 보다 깊이 있게 다루었다면 '더 마블스'는 훨씬 더 강렬한 감정선을 지닌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르-벤은 기억에 남는 빌런이다. 그녀는 단순히 히어로의 적수가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을 대표한다. 우리는 그녀를 보며 정의란 무엇인지, 구원이란 어떤 대가를 요구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MCU는 이처럼 입체적이고 인간적인 빌런을 통해 서사의 깊이를 한층 더하고 있다. 특히 마블을 오래 사랑해 온 팬이라면 더 마블스가 주는 가벼운 즐거움과 향수를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